그 동안 수업과 교회일로 먹을 것도 사러가지 못했던 터에, 어제는 쇼핑한 물건을 차 트렁크에 넣다가 차 열쇠 꾸러미를 트렁크에 넣은 채 트렁크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처음 미국에 가서 차가 없어서 쩔쩔맬 때에 아는 지인이 거의 거저 14년 된 91년산 렉서스를 주었는데 오래된 중고차이기는 하지만 렉서스인게 문제가 되었나봅니다. 원 열쇠로 문을 열지 않으면 차 문을 열었다 해도 아무런 작동도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도요다 딜러에게 연락을 했더니 단종된 차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창 열쇠를 만들어 줄 수 있다 하더라도 열쇠만 500불이고 부대비용이 더 필요하다고 하더랍니다. 힘들게 공부하는 애들에게 500불도 큰 액수이거니와 적어도 열쇠를 받는 기간이 2주 이상이 걸린다고 하니 막막할 뿐이라고 하더군요.
우선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마음 쓰지 말고 우선 자라고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 반에 전화를 했기에) 하기는 했지만 참으로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차 같으면 얼른 열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미국에서는 열쇠 없이는 절대로 열 수없는 차가 벤츠, BMW 그리고 렉서스 라고 합니다. 벤츠의 경우 열쇠를 분실하면 인공위성으로 쏘아주어야 열린다고 하네요.
어쨌든 이러한 조치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임에는 틀림없는데 그 안전장치가 오히려 사람을 어렵게 하기도 하니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을 때에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곤 하셨습니다. 바리새인들을 필두로 그 당시사람들은 이러한 예수님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이면 안식을 제외한 나머지 6일에 하면 좋을 일을 구태여 안식일에 하느냐 하는 것이었지요. 안식일 이라는 제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선한 일도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었지요. 예수님은 이러한 제도에 도전을 하셨습니다. 안식일에 도전을 하셨고, 성전에 도전을 하셨고, 낡은 포도주 부대에 도전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신본주의가 아닌 오히려 인본주의를 가르쳤습니다.
구약에 내려오는 율법은 613개조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이 모든 율법이 폐기되었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도덕적 율법은 살아 있다고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 폐기된 것이 아니라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신학적으로 어떤 것이 맞고 틀리는지 솔직하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논쟁은 신학자들에게 맡깁니다. 단지 아는 것은 그 모든 것이 ‘안전’ 또는 ‘체제유지‘ 라는 명목으로 우리 믿는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비추어 참으로 옳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제도나 관습에 얽매여 마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옳은 줄 알았으면 하면 되는 것인데, 교회에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하여 주저하는 일이 많은 줄 압니다.
우리는 트렁크에 열쇠를 넣고 문을 닫을 수 있는 실수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실수를 했을 때에도 적당한 어려움으로 차문을 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앙생활에도 예수님 주신 새 계명, 하나님을 사랑하고 우리 이웃을 사랑하며 사는데 율법 때문에 못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십일조 헌금하려고 준비해 두었던 것이라도 꼭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다면 기꺼이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하라고 교회가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 주일성수 못하면 죄짓는 일이라고 강요하지 말고, 주일에 교회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사실은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분들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으면 하나님의 뜻과 많이 다를까요? 조그마한 실수나 모자람이 제도로 인하여 율법으로 인하여 정죄되고 큰 불편을 감수하라고 강요받아서야 어찌 예수를 믿어 자유를 얻은 하나님의 백성이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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