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목회자들이 먹고살기가 많이 힘들어진 모양이다.
언젠가 후배목사가 ‘목회하면서 먹고사는 일이 제일 힘들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의식이 있다고 소문난 B교회에 담임요청을 받고 B교회 중직들과 선을 보는 자리가 있었다.
(교회에서 인사구역회를 하기 전에 중직들은 만나는 것을 사람들이 선을 본다고 한다.)
선보는 자리에서 청문회 비슷한 모양으로 이런 저런 질문을 받았는데
권사 한 분이 “먹고살려고 목사가 되신 것은 아니지요?”라고 질문을 했다.
나는 “ 글쎄요, 그런데 지금 목회를 그만 두면 할 일이 없어 먹고 살길이 없네요.”라고 대답을 했고 그 자리에 함께 한 분들이 유쾌하게 웃은 적이 있다.
오래 전 전라도 농촌교회에서 목회할 때 옆 교회 장로교회 목사님이 교회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다.
목사님 아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을 해서 교회에 사례비를 올려달라고 했다가 교인의 자녀들은 고등학교도 못 다니는데 목사 아들이 대학을 들어갔다고 농촌 교회에서 사례비를 올려달라니 교인들이 우리는 그럴 능력이 없으니 다른 교회로 가라고 한 것이다.
그때 나는 쫓겨나는 목사님을 보면서 교회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목회를 시작할 때 먹고사는 문제를 생각해 보지 못 했었다.
왜냐하면 목회를 하면서 가난을 벗 삼고 살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요,‘배고프면 배고픈 대로 살면 되지.’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목사는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으로 사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는 별문제 없이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교육비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을 교육시키기가 어려워지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나는 많은 비난을 들었다.
아내도 아이를 낳았으면 책임을 지라고 했다.
목회자들에게는 먹고사는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녀교육이 어려운 것이었다.
나는 내심 아이들이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학교를 10번씩이나 전학을 다닌 아이들에게 그것은 무리인 듯싶었다.
결혼을 해도 자녀는 낳지 않겠다는 생각이 무산되고 아이가 생겼으니 문제는 문제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하는 일이 전부였다.
큰 교회에서 목회를 할 때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교회에서 자녀 교육비를 충분히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할 때에는 심각한 문제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손을 벌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목회자 은급제도를 반대하는 사람이다.
나의 목회현장에 당장 먹고살기 힘든 교우들이 얼마나 많은데 목회자가 3-40년 후에 먹고사는 문제를 위해 은급비를 낸다는 것이 마땅치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은급제도를 반대하고 은급비를 내지 않는다.
나는 은급비로 미자립교회 자녀들을 위한 장학제도를 만들고 장학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귀담아 듣는 사람들이 없다.
나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
때로는 수모를 당하지만 자녀를 위해 수모를 당하는 일은 이겨낼 수 있다.
나는 목회를 하면서 다른 직업을 가질 생각은 없다.
나는 목회가 전문이기 때문이다. (복음을 전파하고 말씀을 가르치고 치유하는 일등...)
목회에 관한한 나는 자신이 있는 목회전문가이다.
나에게는 하나님께서 나를 목회자로 부르셨고 세우셨다는 확신이 있다.
그리고 다른 일에는 나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하면서 먹고살 자신이 없다.
전문화 시대에 사는 사람으로 목회 외에는 자신이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전혀 수입이 없어서 살 길이 막막할 때에는 아내가 막일을 해서 먹고살았다.
바울은 독신 목회자이고 베드로는 기혼 목회자이다.
우리는 바울의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베드로의 이야기는 적다.
공교회의 성격을 많이 잃어가고 있는 교회 현실에서 목회자들의 생존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현실이 정말 슬프다.
나는 목회하다가 먹고살기가 힘들어지면 굶어 죽을 각오가 되어있다.
문제는 자녀 문제였다.
그래도 나는 자녀가 목회의 걸림이 된다면 버릴 각오가 되어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자녀를 버리시겠는가?
나는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가지고 믿음과 사랑으로 산다.
바울이 ‘믿음으로 좇아 하지 아니하는 모든 것이 죄(롬14:23)’라 하지 않았는가?
목회자가 다른 직업을 갖던 직업을 갖지 않던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모든 것이 죄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니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구치 말고 남의 유익을 구하라.' 하셨으니 다른 직업을 가지는 일은 각자의 목회 현장에서 결정할 일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