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대로

끈질긴 생명력

흔이 할아버지 2006. 7. 25. 20:29
 

제가 사는 곳은 성북구의 동쪽 끝에 있습니다, 월릉천이 중랑천으로 흘러드는 곳입니다. 서울시에서 얼마 전에 천변의 제방을 튼튼히 보수하였습니다. 그리고 둑을 따라 산책로도 말끔하게 정비를 하였고 그 옆으로는 여러 가지 뚝 가에서 흔히 자라는 식물들과 경관을 위한 꽃들을 심어 놓았습니다. 이번 장마에 보니 산책로는 물론 그 옆의 식물들과 꽃들이 모두 물에 잠기고 말았습니다.


어제 장마가 걷힌 다음 산책로를 따라 그 변한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흔하디흔한 들풀들은 거의 살아남은 것 같은데, 곱게 키운 꽃들은 아예 모습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휘돌아가는 물길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쓸려 내려가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모습과 향으로 나비를 부르고 벌을 부르던 꽃들이었는데, 모진 비바람과 물길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반면에 볼품도 없고 향도 없어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던 들풀들은 많이 살아남았습니다. 생명력으로 본다면 비교가 되지를 않습니다. 


우리 믿는 사람들은 어디에 속할까요? 들풀과 같이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을까요, 아니면 사람 손에서 자라난 꽃들과 같을까요? 저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사람 손에 키워진 꽃들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진 비바람 한 번 몰아치면 그 생명력을 유감스럽지만 이어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기독교를 기복종교의 하나로, 복 주시는 하나님만으로 믿고 싶고 또 그렇게 믿고 있는데 그만한 어려움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있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어려움을 겪게 하시든 이 세상에서의 삶을 거두어 가시든 우리는 오직 그 분의 보혈로 말미암아 누리게 된 구원으로만 기뻐하는 믿음을 소유한다면 무섭게 몰아치는 장마 가운데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되살아나는 들풀처럼 거꾸러지지 않을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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