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위한 고민

목회자 70세 은퇴 의무인가 아니면 권리인가

흔이 할아버지 2005. 12. 13. 11:11
 

개신교 목사의 정년은 대부분 만 70세까지로 교회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정년법이 제정되었을 때와 비교하여 의학의 발달과 영양섭취의 개선으로 평균연령은 괄목하리만큼 증가되어 현재는 70세 은퇴가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있으며, 이는 은퇴 연령을 늘여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주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 시대적 흐름을 고려할 때에 사회에서는 40-50대 명예퇴직은 물론 30대도 명퇴의 길에 들어선 것이 사회적 흐름이니만큼, 또 목회자 수급을 고려할 때에 만70세 은퇴는 너무 길고 앞당겨져야 한다고 주장이 양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목사의 정년은 얼마가 합당할 것인가 하는 논의에 대한 접근 방식이 매우 많겠지만 권리와 의무라는 측면에서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70세 정년 법은 오래 전에 교회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그 당시 한국의 목회자는 양적으로 상당히 부족하였습니다. 두 세대 전만 해도 목회자 한 분이 몇 개의 교회를 맡고 있는 경우나, 목회자가 아닌 장로나 집사가 교회를 맡아 이끌어가는 교회가 많이 있었던 것으로 들어 알고 있습니다. 현재도 미자립교회가 한국교회의 반 이상입니다만 아마 30-40년 전의 한국교회는 대부분이 미자립교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미자립교회의 목회자는 현실적 입장에서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을 받았다는 소명감으로 힘들게 세상에서 살아 왔음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즈음은 “성미”를 고집하고 있는 교회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성경에 없는 성미가 왜 필요했겠습니까? 목회자의 생활을 책임지지 못했던 상황에서 목회자의 끼니만큼은 걱정시키지 말아야 하겠다는 성도들의 무언의 합의의 성격이 강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 당시에는 교회를 물려주는 세습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작은 시골 교회에서는 목회자가 은퇴할 경우 후임자를 모시기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은퇴하시는 목사님이 몇 년 더 봉사하겠다고 하실 때에 반대가 되겠습니까? 아들이 목사이니 아들에게 세습을 한다고 했을 때에 큰 반대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그렇게 해 주십사하고 강청하는 상황이 되지 않겠습니까? 과거에 목회자의 수는 부족하고, 목회자의 생활은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회법으로 70세까지는 은퇴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목회자를 붙잡아 놓아야 했던 것이 70세 정년의 법정신이 아니었겠습니까? 과거의 목회자들은 70세가 아니라 그 이전이라도 목회를 놓을 수 있다면 놓고 싶었던 것이 그 당시의 상황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또 현재에도 자립이 어려운 환경의 교회를 이끌어 나가고 계시는 목회자들께는 이런 마음이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목회자에게는 70세 정년이라는 것은 “의무”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70세 까지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하나님의 종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당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의무로 여겨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형화되고 풍성한 물질을 소유한 현대의 도시 교회는 어떻습니까? 어쩌다가 담임목사를 초빙한다고 하면 수십, 수백의 자천, 타천의 지원자가 쇄도합니다. 이러한 교회의 목회자들에게는 70세 은퇴는 아쉬운 것일 뿐 결코 무거운 짐이 아닙니다. 즉 의무감으로 사명감으로 헌신하는 것이 아닌 70세 은퇴라는 교회법에 명시된 권리를 떳떳하게 행사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신학교에서 매년 배출하는 목회자 후보들에게 마땅한 목회지를 찾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하고도 목회를 포기하고 세상의 일로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들은 세상의 사오정이 아니라 아예 시작도 못해보고 마는 셈입니다. 양보라든가 후배양성이라든가 하는 대의는 이미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건강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뇌세포가 많이 줄어듭니다. 내 생각을 주장하게 되고 그에 반대 의견에는 역정을 느끼게 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현대와 같이 급변하는 세대에 맞추어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은 아무리 노력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50대 후반입니다만 마음은 30대입니다. 하지만 내 마음만 그렇지 핸드폰 문자를 두드리는 젊은 세대들을 보면서 감탄사가 나오는 그런 세대임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70세 은퇴를 의무로 체감하고 계신 목회자님들, 부디 그 의무를 다해 주십시오.

70세 은퇴를 권리로 생각하고 계신 목회자님들, 하나님 앞에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에 영광이 될 것인지 영광을 가리는 일이 될 것인지 기도하시며 거룩한 결단을 내리시기를 권면합니다.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