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위한 고민

족장 뽑기 - 펌

흔이 할아버지 2005. 7. 16. 09:23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라는 책에 보면 브라질의 원주민 중에 한 부족인 남비콰라 족이 있다. 이 부족은 글씨는 물론 그림도 그릴 줄 모르는 부족이다. 이 부족의 족장을 선출하는 과정을 보면서 작금의 교회들의 문제와 더불어 느끼는 점이 많아 짤막하게 소개한다.


남비콰라 족의 족장은 세습되지 않는다. 족장이 연로해져서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 자신이 후계자를 지명한다. 그러나 후계자를 족장 마음대로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공론을 살피고 구성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람을 지명한다. 이와 같이 집단의 의사 결정은 구성원들의 동의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 밖에도 남비콰라 족 족장의 통치 권력은 관대함과 솔선수범, 그리고 기타의 능력과 기술에 근거한다.


남비콰라 족의 언어로 족장을 “우일리칸데”라고 하는데 이 말의 의미는 ‘통일하는 사람’‘결속시키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일리칸데라는 말의 의미가 전달하는 바와 같이 족장은 그의 후계자를 선정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계획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서 성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족장에게 불만이 있는 성원은 그 집단을 버리고 이웃에 있는 더 좋은 무리에 합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족장은 어떠한 결정을 할 때든 모든 성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동의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인 권력의 지배는 집단의 해체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는 족장과 그 가족의 고립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족장의 권력과 지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원천이 된다.


다음은 관대함이다. 족장은 구성원들의 요구나 필요를 가능한 들어 주는 관대함을 가지고 있다. 족장은 특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베푸는 관대함을 보여 줌으로써 그의 위세와 지위를 인정받는다. 예를 들어서 외부에서(탐험가 등) 족장에게 준 도끼, 칼, 진주 등의 선물들이 며칠 뒤에는 주민들의 손에 넘어가고 심지어는 족장에게 할당된 물건까지도 주민들에게 넘어간다. 이와 같이 족장은 물질적인 면에서 특권을 부여받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독화살을 만드는 위험한 일은 솔선해서 자신이 하고, 노래와 춤도 잘 추어서 주민들의 단조로운 일상을 잊도록 해 줄만한 재능도 있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덕목들이 남비콰라 족 족장에게 권위와 위세를 부여해 주는 원천이다.


이와 같이 비록 글을 모르는 미개한 족속이지만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음이 매우 놀랍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행위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공동체 생활 속에서 투쟁과 대결을 통해서 얻어낸 누적된 지혜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들처럼 시행착오라는 아픔을 통해서 만이 이러한 지혜를 얻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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