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개혁을 위한 쓴 소리 한 마디를 해 봅니다/ 안희환
개혁을 위한 쓴소리 한 마디를 해봅니다 / 안희환
나는 내 자신을 보면서 얼마나 인간적인 연약함이 많은지를 날마다 깨닫습니다.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에 쉽게 영향을 받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래서 늘 하나님 앞에 엎드릴 때마다 회개하는 기도가 많은 분량을 차지합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어제보다 오늘 조금 나아진 모습이 있고,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보면 목회자라고 하는 위치는 망가지기가 더 쉬운 위치인 것 같습니다. 늘 가르치는 일만 하다 보니 누구에게나 교훈을 주려는 태도가 몸에 익습니다. 항상 대접을 받는 상황이다 보니 그렇게 대접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가지게 됩니다. 결정에 있어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항상 최종적인 결정은 자신이 내리려는 유혹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가지고 씨름하던 중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냈습니다. 일단 가르치는 입장에만 서 있지 않고 가르침을 받는 입장에 내 자신을 두는 시도를 했습니다. 먼저 시행해본 작은 시도는 우리 교회의 전도사님들에게 설교의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었습니다. 총 네 분의 전도사님이 계신데 그분들이 오후예배 설교를 다 합니다. 그때 나는 회중석에 앉아서 최대한 겸손히 그 설교에 머리를 조아립니다.
대접을 받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는 내 자신이 먼저 대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장로님을 포함한 다른 성도님들과 식사를 할 때 절반가량은 직접 식사비를 냅니다. 성도님들이 깜짝 놀라하시지만 그렇게 사 드림으로써 내게 큰 유익이 됨을 느끼고 있습니다. 청년들이나 교회학교 아이들에게도 자주 한턱을 내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접받는 게 당연하다는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결정에 있어 큰 영향력을 가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시도로써 나는 역할을 성도님들에게 분담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재정부만 해도 거의 관여를 안합니다. 예산을 짤 때도 개입하여 영향력을 미치려 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하다 싶은 것(선교비같은 것)에만 제안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장로님보고 당회장 하라고 나는 그런 것도 귀찮다고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는데 장로님이 극구 반대하셔서 아직 당회장 역할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외의 부서들도 나보다 실력있는 성도님들이 잘 하고 계십니다.
이런 잡다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익숙해진다고 하는 것이 자신을 망가뜨리고 굳어진 사람이 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개혁을 말하면서 끊임없이 개혁적인 언어를 표출하다 보면 어느덧 내 자신은 들어야할 이야기에 귀를 틀어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마치 가르치기만 하다 보니 가르침을 받는 것엔 꽉 막혀버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무언가 시도하며 좋은 의도를 가지고 변화하기를 갈망한다면 그 속에 자기 자신도 집어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많은 비판을 하면서 정작 자신에 대한 비판에 부르르 떨며 화를 내고 공격의 이빨을 드러낸다면 정작 자기 자신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왜 자신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여기는지 그런 태도를 보면 의아한 마음이 듭니다.
진정한 개혁자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혹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비판하더라도 그 속에 눈물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루살렘을 향해 심판을 선언하시면서 속 시원하다는 태도가 아니라 눈물을 흘리셨던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면 일단 하던 것을 멈추고 자신을 향한 개혁의 칼날을 먼저 대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이름과 진정한 개혁에 먹칠하는 일이 행여 생기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