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부모와 자식간의 편지

흔이 할아버지 2005. 12. 21. 09:47

전화로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도 기쁨이기는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가 없어서 메일로 적기로 했다.

이제 한 학기가 지났을 뿐인데 굉장히 오래된 것 같구나. 그래서 너희들 믿음의 과정이 얼마나 진보를 이루었나도 문득 궁굼해졌구나.
한국은 황 박사의 줄기세포 파문으로 또 사학법 개정으로 비틀대고 있단다. 그러나 지금 비틀대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 시간이 지나면 비틀대다 일어날 기회조차 없이 쓰러져 버릴 수도 있는 때가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단다.

한국의 기독교, 특히 개신교도 마찬가지이라고, 아니면 더하다고 생각하고 있단다. 지금이라도 깨질 것은 깨뜨려버리는 아픔을 감수해야 다시 일어날 수 있을텐데, 당면의 아픔과 혼란이 두려워서 편안을 구하고 현실에 안주하여 있는 모습은 세상을 구하기는 커녕, 세상과 다르지 않을 뿐더러 거꾸로 세상풍조를 닮아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희들이 신학적으로도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더해가기를 바라는 그 이상으로 예수의 이 세상에 오신 뜻을 바로 인식하고 그에 부합한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는 하나님의 종이 되기를 바라고 있단다. 한국 많은 교회들에 존재하는 "종님"이 아닌 진정한 "종"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부귀나 명예, 이런 것은 이미 포기했을 줄 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희생을 결단했을 줄 안다. 또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앞서 실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며칠 전 대표기도에 했던 기도인데 너희를 위하여서도  같은 기도를 하나님께 드린다.

주님 보시기에 좋을 만큼만 주시옵소서!
모든 것에  필요한 만큼만 주시옵소서!
저희들에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주시옵소서!
넘치면 교만하기 쉽고, 부족하면 비웃음을 받기 쉬우니
물질이든 은사이든 마음이든 하나님께 영광 돌릴 만큼만 주시옵소서!

물질이 넘쳐서 바벨탑을 쌓지 않는 교회가 되지 않게 하시옵시며,
너무 부함으로 혹여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시옵시고,
너무 가난하여 주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게 하시옵소서!
넘쳐나는 지혜로 인하여 교만하지 않게 하시옵시고,
너무나 어리석어 세상의 손가락질 받지 않게 하시옵소서!
세상의 명예로 인하여 주님을 잊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게 하시옵시고,
가끔은 작은 건강의 문제로 주님에게 매달리게도 하시옵소서!

1월말에 온다니 한 달 있으면 보게 되겠구나, 건강에 조심해라.

추운 날 아침에
아빠가

 


 

병규와 함께 아버님 편지를 읽고, 잠시 서로 아무말도 못 했습니다.
아버님의 심정이 전해졌고, 아버님의 기도처럼 우리가 살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마
병규도 제 마음과 같았을 것입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일단 병규가 수강하는 과목은 성경 자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성경 어느 본문에 어떤 말씀이 있는지 장과 절까지 외워야 한답니다.
병규는, 감신에선 절대 배우지 않은 것을 배워 좋지만, 감신보다 학문성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균형감있게 배우는 것 같아 만족하고 있습니다.
감신의 분석적이고 이성적인 성경주변에 대한 배경에, 탈봇의 성경자체에 대한 해석과 연구가 더해지니까요.

무엇보다, 이곳 미국인들의 깊은 영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탈봇과 바이올라 대학의 미국학생들은 한국 신학생들과는 비교과 되지 않을 만큼의 깊은 영성이 있습니다.
얘네들은 성경과 현실을 혼돈하지 않습니다ㅏ.
성경에서 배운대로 그대로 산답니다.
저나 병규와 같은 약자(우린 외국인에다 언어까지 안되니 미국애들 입장에선 약자이지요)에게 자원해서 대화 파트너가 되어준답니다. 그리고, 무엇을 도와줄까 늘 먼저 물어본답니다.
아침 7시 학교에 가면, 캠퍼스 이곳 저곳에서 미국애들 그룹으로 앉아 성경일고, 기도하는 것을 보는 것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자기 수업에 외국인(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훨씬 천천히 말해줍니다. 그리고, 이 학생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줍니다. 그럼, 몇명이 와서 노트한 것, 오늘 중요한 것등을 하나씩 맡아 도와줍니다.
수업 시간에 교수가, 기도제목 있으면 말해라 하고, 기도제목 나누고, 수업시작합니다.
사소한 생활에서 먼저 배려해주고 도와주려는 이것이 실천적 신앙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제 기말고사를 무사히 마치고, 토플 준비를 시작하려 합니다.
쉬고 싶은 마음 너무 간절한데, 또 토플 책을 잡아야 하니 좀 답답해 하고 있었는데, 아버님 편지에서 힘을 얻습니다. 하나님이 우릴 기쁘게 인정해주시고 사랑해주시기에 감사함으로 새롭게 시작하려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한춘기 교수님(저 추천서 써주신 교수님) 으로부터 천불 장학금 보내주시겠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필요에 맞게 하나님께서 채워주신듯 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건강하세요. 사랑스런 세흔이 가족에게도 안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