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스크랩] 누구의 손인지

흔이 할아버지 2005. 12. 9. 08:51

    누구의 손인지

    아직 나는 모른다. 그것이 누구의 손인지 네 시 사십오 분 겹겹의 옷을 껴입고 새벽 기도를 나서는 시간 열아홉 개 계단을 내려와서 바스락 바스락 언 땅을 밟으며 장독대가 있는 뜰을 돌아 어둑한 예배당 현관문을 열면 재단 위에 켜진 일곱 촛대 등불이 실내 미닫이문 작은 창들마다에 번져 떨기나무의 거룩한 불꽃처럼 빛나기에 신발을 벗으면서 마음이 떨리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처럼 왼쪽 앞줄엔 머리 하얀 할머니 네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삼십 분씩 겨울 새벽길을 걸어와 나보다 먼저 신발을 벗으시는 분들 이들 중 누군가 캄캄한 예배당을 더듬으며 들어와 제단의 촛등을 켰겠지, 그리고 제손으로 켠 불에 마음이 덥혀져 조용히 앉아 불붙은 초처럼 따뜻한 눈물을 흘리고 있겠지 그불을 켠 이가 자기라는 것도 잊은채 하염없이 자신을 태우고 있겠지 하여 아무도 알 턱이 없다 누구의 손이 매일 새벽마다 제단의 촛등을 켜는 것인지 기도:“주님이 오실 길목에서, 고요히 나를 태우며 기다리는 불꽃이기를 원하나이다. 아멘,”


출처 : 찬양이 있는 풍경
글쓴이 : 아름다워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