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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장병 부모들을 눈물짓게 하나

흔이 할아버지 2005. 7. 1. 20:10
누가 장병 부모들을 눈물짓게 하나



29일 3주기 추모식이 있은 서해교전 때 적군의 총격으로 희생당한 장병들은 분명 우리들의 영웅이다. 정부가 외교적으로 ‘햇볕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나라의 국경을 지키는 우리 병사들이 적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 희생당한 장병들도 영웅이지만 살아남아 지금도 전선을 지키는 장병들도 우리의 영웅이다. 그들은 봉급을 많이 받기 위해서도 아니고, 누구에게 칭송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며 그냥 묵묵히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국민을 보호해 주고 있다.

최근 전방 감시소초(GP)에서 총기사고로 희생당한 병사들도, 살아 남은 병사들도 우리의 영웅이다. 그들이 국경을 지키는데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오늘도 국경을 지켜주는 그들 덕분에 우리 국민은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것이다. 평화통일을 위해 남북회담을 성사시키는 당국자들의 공로도 인정해야 하지만 언제나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는 일선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에게도 우리 모두가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6·25사변이 끝나고 10년이나 전쟁이 없던 해병대 병영에서 무료함을 달래던 고참 하사관은 새로 들어온 훈련병들에게 “당신들이 오늘 받는 혹독한 훈련이 냉혹한 전쟁터에서 당신들을 살려줄 것이다”라고 했다. 그 고참 하사들은 그로부터 몇 년 후 베트남전쟁에 참가해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들의 ‘가혹행위’ 대상이었던 필자는 지금도 그때의 괴로움을 이겨냈던 추억을 기리면서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 혹독했던 백령도 해병대 근무가 무한경쟁에서 나를 살렸고, 지금 내가 젊은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전략이다.

총기사고가 났다고 해서 군 전체가 가혹행위만 하는 집단으로 보여서는 안 되며, 벌거벗고 기합 받는 사진 몇 장으로 군 전체가 성도착자들의 집단으로 보여서도 안 된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수 많은 장병들은 적으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성실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군의 명예가 실추되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잘못을 책임져야 할 군 지도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병사들은 오늘도 적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성실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고된 근무 후에 새우잠을 자야 하는 정도로 병영의 시설이 열악하다는 보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40년 전 많은 국민이 피란민촌 ‘하꼬방’(판잣집)에 살던 시절에도 해병대 군대 내무반에는 침대가 있었고 샤워 시설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생활 수준이 이렇게 높아졌음에도 내무반을 넓히고 침대를 설치할 예산이 없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도 적과 대치하고 있고 실제로 총격이 벌어져 아까운 젊은이들이 희생당하는 일을 겪으면서도 국민의 안위를 좌우하는 국방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하다. 그러한 시설을 갖추는 데 10조원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당장 마련해야 한다. 이 젊은이들은 제대 후 나라를 먹여 살릴 인재들이다.

희생당한 장병들의 40대, 50대 부모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저려 온다. 저들이 80년대, 90년대 한강변의 기적을 만든 수출의 역군들이다. 이제는 수출의 일선 현장에서 물러섰지만 그들이 봉제공장에서, 전자공장에서, 중동 건설 현장에서 우리 경제를 일으킨 사람들이다. 누가 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도록 하는가? 사죄하는 국방장관, 불법 조사를 받는 수출 재벌의 총수, 초췌한 모습의 그들 뒤에는 수많은 무명의 장병, 무명의 수출 역군들이 있다. 이들이 언젠가는 일선에서는 물러나겠지만 영원히 죽지 않을 우리의 영웅이다. 들어서는 문민정부마다 한풀이하는 ‘역사 바로잡기’는 이제 그만하고,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을 크게 외치는 것이 우리가 세계화하는 것이다.

배순훈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초빙교수


기사 게재 일자 200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