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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속의 엿 - 좋은 글에서

흔이 할아버지 2007. 10. 8. 11:37

      책가방 속의 엿 검은 교복에 하얀 갓을 단 단발머리 여학생의 책가방에 속엔 항상 엿이 들어 있었습니다. 세 명의 어린 동생들은 그 엿이 먹고 싶어 등교하는 여학생의 앞을 막고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그러는 동생들의 애절한 눈물에도 여학생은 냉정히 돌아서 가방을 들고 뛰었습니다. 여학생은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책가방에 있는 엿을 반 친구들에게 팔기 시작했습니다. 학생 신분으로 친구들에게 엿을 판다는 것은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몰랐던 동생들의 통곡은 그 뒤로도 계속되었고 소녀의 가슴은 멍들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동생들 눈이 찐빵처럼 부어 있었습니다. 자는 동생들을 깨운 여학생은 팔다 남은 엿 한 개를 세 등분하여 나눠 주곤 했습니다. 그해 크리스마스이브 날이었습니다. 산타의 선물을 기대할 수 없었던 여학생의 동생들은 모두 선물을 받았습니다. 엿보다 더 좋은 선물이었습니다. 좋아서 폴짝폴짝 뛰는 동생들을 바라보며 여학생의 얼굴에는 미소와 눈물이 동시에 번졌습니다. 동생들이 훌쩍 자란 어느 날, 여학생은 추억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래전 그날 동생들에게 준 선물은 여학생이 그동안 엿을 판 돈으로 산 것이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동생들은 세상이 멈춘 듯했습니다. 울지도 못하고 멍하니 여학생의 얼굴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런 동생들을 여학생은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중년이 된 그 여학생에게 동생이 엿을 선물하였습니다. 그리고 뒤늦은 미안함과 고마움에 눈물바다가 되었지요. 여학생은 지금 아름다운 아줌마가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엿이 든 책가방을 잡고 우는 동생들을 뿌리치던 여학생은 결코 매몰찬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강해 보였지만 여린 소녀였습니다. 세 명의 동생 중 하나이었던 나는 어제가 오늘인양 마음아파 합니다. 김이철 님/경기도 안산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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